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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대통령 취임 직후 대통령을 소재로 한 농담 시리즈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주로 김대통령의 경상도식 발음 문제를 소재로 한 것이었는데, 그 가운데는 이런 농담도 있었다. 취임 축하연에서 대통령의 눈길을 끌고 싶었던 가신 한 명이 요란한 옷차림으로 나타나서 이게 요즘의 패션이라며 너스레를 떨자, 대통령이 “패션의 P자로 모리는 놈”이라며 혀를 찼다는 것이다. 경상도식 발음의 문제 뿐 아니라 대통령의 영어 실력도 희화화하는 농담이라고 하겠는데, 실은 우리말과 글의 표현 능력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소재로 한 것이기도 하다. 서양어의 P와 F 발음을 구분하지 않고 Fashion과 Passion을 모두 ‘패션’이라고 표기하는 우리 표기법의 맹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유머였던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글 사랑이 넘쳐나는 시월 한달을 보내고 있다.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우수성을 설명하고, 이를 증명하는 갖가지 사례를 열거하는 연례행사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특히 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한 일과 세종로의 주인으로 자리를 잡은 세종대왕상에 대한 이야기가 덧붙여져서 한글 자랑, 한글 사랑 잔치가 더욱 풍성하다.인류 역사에서 문자가 끼친 영향의 정도는 실로 막중하다.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가질 수밖에 없는 소리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인류는 문자를 만들었고, 이로써 지식을 축적하고 전승하는 일이 가능하게 되었다. 문명의 건설은 문자 언어를 통한 지혜의 축적과 전승의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문화사적 의의를 지닌 문자는 대개 오랜 발생과 전파의 과정을 거쳐 완성도를 높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기억과 소통의 수단으로 매듭이나 막대를 사용하던 것이 점차 고정된 형상을 담은 회화적 단계를 거쳐 문자 기호로 발전하였던 것처럼 또 숱한 시행착오와 수정 보완의 과정을 거치는 긴 여정의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글은 그런 장구한 세월의 형성과정을 거치지 않고 만들어진 거의 유일한 문자이다. 그러기에 한글은 세계 어느 문자보다 언어학적인 완성도가 높아서 그 제자(製字)와 활용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필요하면 확장도 가능한 문자이다. 최근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한 것은 이런 한글의 완성도 높은 실용성이 이뤄낸 쾌거이다. 어쩌면 한글을 배운 외국인들이 자국어의 통신언어로도 한글을 사용하는 최근의 현실을 더욱 공식화한 사례의 하나라 할 것이다. 이런 쾌거에 부쳐 이제 우리 한글도 보다 적극적으로 세계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개량 작업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패션의 P’와 같은 희화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말을 표기하는 데에는 아무 무리가 없지만 늘어나는 외래어를 보다 원어에 가깝게 표기하고, 나아가서 이번 찌아찌아족의 언어와 같이 음가가 다양한 외국어의 완벽한 표기어가 되기 위한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Fashion과 Passion은 물론이고, Radio를 곧잘 Ladio로 발음하는 문제 등을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한글의 장점은 바로 그런 역량을 한글 스스로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적으로 정리된 창제 원리를 응용하면 더 많은 자음을 개발할 수 있고, 이를 활용하면 언급한 문제점들은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이를 위해 ㆍ, ㅸ 등과 같이 지금은 쓰지 않는 자모도 복원할 필요가 있다. 적극적인 한글 개량을 통해 세계화 흐름에 대응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한글 자랑과 한글 사랑을 더욱 겸손하고 내실 있게 가꾸는 노력의 길이자, ‘어린 백성’을 사랑한 세종대왕의 뜻을 기리는 후손의 도리일 것이다.
09.10.14.지안 (조계종 종립 승가대학원 원장) 범죄를 지은 사람이 법률 위반으로 재판을 받아 교도소에 수감되듯이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갔을 때 살아생전에 지은 죄업을 심판받는다는 사후의 재판 이야기가 있다. 중국의 도교에서도 해온 이야기이며, 불교에서도 윤회설 가운데에 다음 생의 과보를 받게 되는 것이 생전에 지은 업에 따라 받는다고 한다. 명부(冥府)에 가면 염라대왕이 있어 인간의 죄업을 심판하는데 이때 어떤 업을 지었는지 업을 비춰보는 거울이 있다는 것이다. 이 거울 이름이 업경대이다. 업이란 사람의 행위를 두고 하는 말로 범어 카르마(karma)를 번역한 말이다. 사람이 어떤 행위를 했을 때 그 행위의 에너지가 어딘가에 쌓이게 된다는 것으로, 이 에너지에 의해 일어나는 힘을 업력(業力)이라 한다. 중생이 살아가는데 있어 이 업력이 삶을 영위하는 동력이 된다. 이 업을 도덕적인 성질로 구분하여 선업 악업으로 나누며 다시 이 업의 성질에서 인과관계가 형성된다. 식물이 종자에 따라 제 싹이 나는 것처럼 업이 종자가 되어 그에 상응하는 과보가 온다는 말이다. 이른바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의 인과가 일치된다는 말인데 이는 곧 “콩 심은데 공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우리 속담의 뜻이다. 사람의 신체적 행위와 언어적 행위 그리고 생각에 의한 사고적 행위를 삼업(三業)이라 한다. 이 삼업이 모두 행위의 당사자가 상속받아야 할 업감(業感)을 만들어 이것만이 영원히 업을 지은자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이 업은 영원한 자기 소유가 되어 세세생생을 함께 하게 된다. 따라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내 업 밖에 없다. 내 몸도 영원히 내가 가지고 있을 물건이 못되며 내가 소유한 재산이나 기타 소유품도 영원한 내 것이 못된다. 일정한 유효기간이 끝나고 나면 모두 못쓰게 되는 것이지만 카르마는 그렇지 않다. 유효기간이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대승불교의 후반에 와서 새로운 방편설이 등장 이 업도 소멸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참회설(懺悔說)이 나오고부터이다. 가령 내가 과거에 지은 나쁜 업이 있을 때 이 나쁜 업을 소멸시키기 위하여 수행을 하면 내 삶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나쁜 업의 장애인 업장이 소멸된다는 것이다. 마치 칠판에 쓴 글씨를 지우개로 지울 수 있는 것처럼 내가 지은 업을 수행을 통해 참회하면 된다고 한다. 참회의 어원은 범어 ksama로 간절히 후회하며 죄의 용서를 청한다는 뜻이다. 인도의 인사말에 우리말 인사의 ‘미안합니다.’를 크사마땀(ksamyatam)이라 하는데 정확한 뜻은 “내가 저지른 죄를 참고 견디어 주십시오.”의 뜻이다. 이 말 속에는 스스로 참회를 하겠다는 의지가 들어 있다. 불교에서는 이 참회를 위한 수행으로 기도, 예배, 염불, 주력 등의 방법을 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반성할 줄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 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미안해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죄를 짓고도 오히려 뻔뻔하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도덕 불감증 내지 양심부재 현상이라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죽어 저승에 가지 않아도 자신의 양심의 거울에 비춰보면 잘못된 업은 그대로 드러나는 법이다. 사람의양심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업경대이기 때문이다.
09.10.13.강한균(인제대학교 국제경상학부 교수, 영락회 부경포럼회장) 지난 여름방학에 고구려의 두 번째 수도 국내성이 있었던 중국 집안시를 방문했다. 조선족학교에 영락회의 장학금을 전달하면서 고구려 역사탐방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주몽의 건국 흔적이 역력한 졸본성은 오녀산성이란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고구려 특유의 축성양식과 온돌문화를 선명하게 보여 주었다. 북한과 작은 개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고구려의 천리장성은 만리장성의 동방기점이란 호산장성의 이름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되어 있었다. 호산장성 누각에서는 귀에 익은 아리랑 노래소리가 구성지게 흘러나왔고 한 북한 여성이 기념품과 특산품을 팔고 있었다. 주된 한국관광객을 대상으로 관광수입을 올리기 위한 중국과 북한간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보는 듯 하였다. 동방의 피라밋으로 불리는 장수왕릉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능의 상단부까지 밟고 올라가 왕릉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하다가 최근 붕괴를 우려하여 아래에서만 관광이 허용되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덧칠과 조작으로 온갖 해석을 달리해 온 천 칠백여 글자의 거대한 광개토대왕(영락태왕) 비석은 어느 한국인 독지가의 도움으로 사각 유리벽속에서 시름의 긴 호흡을 하고 있었다. 장수왕의 선왕인 광개토대왕의 왕릉은 장수왕릉보다 몇 배나 큰 거대한 규모이었다. 봉분일부는 무너져 내리고 있었고 관광객들은 봉분 상단으로 이어진 눈살 찌푸리는 나무계단을 통해 올라가 능 내부를 들여다 보았다. 하도 안쓰러워 현지 가이드에게 왜 이렇게 방치하느냐고 물었더니 예산도 들고 문화재는 복원하기 보다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이 값어치 있다고 길림성당국이 생각하고 있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였다. 더욱 가슴이 아픈 곳은 고구려 고분 5호묘내의 벽화이었다. 문제는 지하 고분내 벽화의 색상이 관람객들의 뜨거운 입깁에 의해 해마다 퇴색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한때 벽화를 보호하기 위해 고분지하통로 출입을 막고 밖에서 동영상으로만 관람을 하게하다가 다시 관광객의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개통하였다 한다. 북한과 중국의 국경을 가르는 압록강 물줄기가 조금만 더 만주벌판 서쪽을 달렸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 속에 압록강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단동에서 바라다 본 압록강 건너편 신의주의 야경은 천당에서 마치 암흑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진배 없었다. 수십층의 고층 빌딩과 반짝이는 네온사인의 단동과는 달리 건너편 신의주는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수 십미터의 간격을 두고 희미한 불빛만이 이따금씩 눈에 들어오곤 하였다. 이튿날 아침 오염으로 검푸른 빛의 압록강을 따라 유람선에 올라 북한 땅을 바라 보았다. 낡은 배를 수리하는 모습이 압록강변 여러 곳에서 목격되었고 강둑 위에서 이를 신기한 듯 쪼그려 앉아 구경하려는 사람들도 보였다. 강가에서 그물로 고기를 잡는 모습, 낡은 막사옆 골목길에서 재식훈련 연습을 하고 있는 몇 명의 여군 병사 , 멍하니 바라보는 초병들, 멀리서 한 사람이 한 두차례 손을 흔들어 답례하는 모습에 왠지 아련한 아픔이 느껴졌다. 더욱이 ‘21세기의 태양 김정일장군 만세 !’ 라는 빛바랜 붉은 글씨의 긴 가로 선전 문구가 우리 모두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만주 벌판을 호령하던 광개토대왕의 고구려와 김정일 장군의 북한, 휘황찬란한 단동의 야경과 칠흙같은 신의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개혁․ 개방이 아닐까.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도 우리는 닫힌 쇄국의 길을, 일본은 명치유신의 열린 개국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 아닌가. 그러나 명심할 것은 명치유신의 성공이 내부 중재를 통한 철저한 타협의 성공에서 비롯되었듯이 우리 또한 국민적 타협과 국력집결을 통한 혁신적 개방만이 글로벌화된 21세기에도 우리의 역사를 굳건히 지키는 또 다른 길이 될 것이다.
09.10.12.최 해 범/부산대학교 대학원졸업(경제학박사) 현) 경남신문사 칼럼위원, 한국 관세학회장. 창원대학교 경상대학 국제무역학과 교수.경남경제의 전반적인 기상도는 흐림에서 구름이 걷히는 모습에 비유할 수 있다. 오래동안의 장마가 끝물처럼 서서히 비가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경제를 궁지로 몰고갔던 금융불안 문제가 최악의 상태를 벗어났고, 성장률도 일단 하락세를 멈췄다. 때문에 적어도 한국경제는 바닥을 지나고 있거나, 나아가 전반적인 산업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남지역의 대체적인 경제기상도에 햇살이 들고 있다는 표현이 옳을성 싶다. 특히 경남 제조업과 직간접적으로 크게 관련돼 있는 자동차 판매량의 증가, 조선업의 움트는 소리 등이 그것을 말해준다. 대기업들 일부가 투자계획을 세우고, 가동률을 높이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것도 경남경제의 청신호로 볼 수 있겠다. 전반적으로 경남호는 평온한 숲속에서 기분 좋게 막 등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진단할 수 있겠다.물론 지역경제가 수월하게 산을 오르기에는 난관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곳곳에 뇌관이 남아 있다는 의미다. 미국에는 여전히 대형 금융불안 요인들을 있고, 기업들의 내부구조가 경쟁력있게 크게 달라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지역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이 나아졌다고 볼 수도 없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기업들을 향해 구조조정을 채찍을 가하고 있지만, 기업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대부분의 업종과 분야가 그렇다. 세계경기의 회복세를 타면서 가속력을 붙일만한 동인이 없는 상태다.경남지역 각 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 상당수가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 중소기업들이기에 대기업의 경기흐름에 크게 연동될 수밖에 없는게 경남경제의 현실인데, 대기업들 대부분이 생각만큼 투자에 의욕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건설경기의 위축이며 고용불안도 경남경제의 항로를 어렵게 한다. 그동안 경제불황에 부동산 투기위축으로 취득세와 등록세 세입이 줄어들면서 세수확보에도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경남경제의 문제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다. 우선 경제의 핵심축인 투자와 생산, 그리고 소비가 순조롭게 이어지지 않고 있다. 경제의 선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세계경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해 나가는 순발력 역시 부족해 보인다. 국제경제에 제대로 대응해 나갈 수 없다면 높은 대외의존도를 유지하고 있는 경남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이 있을게 분명하다. 경남지역 수출산업의 고도화 내지 산업의 체질개선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메카트로닉스며, 항공부품, 조선업 등이 큰 비중을 점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대외적으로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경남제조업의 대체적인 구조가 그러한 산업과 연결돼 있음을 유념했으면 한다. 지역의 스타산업이 없다는 것과, 기존의 산업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그렇지만 경남으로서는 희망의 씨앗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이제껏 국내외 경제환경에도 불구하고 부문적으로는 제품차별화며 선별적 경쟁력 강화에 노력해 오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것처럼 기업들 스스로의 잠재적 경쟁력 극대화에 노력하야겠지만, 기업들의 해외진출에 대해서는 행.재정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는 조치가 요구된다. 하반기 들면서 일부업종에서는 특수성격의 호황이 나타나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경남의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해외수요가 다소 늘고 있음이 바로 그것이다. 경기전환이란 미세한 동기에 의해 유발되어, 확산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바, 경남으로서는 이런 업종의 유발효과를 최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안팎의 경제상황은 경남 경제정책의 혁신적 변형을 주문하고 있다. 현재 기업을 둘러싼 국제경영환경의 현실을 직시해야겠다. 아울러 나라경제 못지않게 지역경제 또한 동북아 등 글로벌화를 상수로 보고, 이 시대에 우리가 생존해 나갈 수 있는 전략을 자치단체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는 지역경제 스스로를 강화시켜 나가면서, 중국과 일본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는, 즉 압도해 나가는 문제로 요약할 수 있겠다. 기회는 포착하려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법이다. 그저 되겠지, 나아지겠지 라는 식으로는 안된다. 동북아 시대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게 없다. 선린우호 보다는 먹고 먹히는 생존의 장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경남경제의 성장전략은 이것으로 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09.10.08.거창양민학살사건에서 유일한 생존자인 어린아이는 또래들 보다 나이가 서너 살 많았고 손이 끊이는 것을 걱정한 할머니의 성화로 일찍 결혼하였다.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린 겨울, 징집영장을 전달한 것은 그가 다니는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었다. 읍에서 그 학생 집까지 왕복 사십리가 넘는 곳을 저녁나절에 다녀 온 것이다. 일찍 결혼하여 아이까지 둔 어린 학생의 처지를 동기들에게 소문나지 않게 하려는 마음에서다. 산길, 무릎까지 쌓인 눈길 사십리를 걷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 이 사실은 최근에 본인이 말하여 알았다. - 한국전쟁 중 고아가 된 아이는 서울 명동 학생깡패조직의 두목이 되어 있었다. 공부를 하고자 했으나 중학교 졸업장이 없는 그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연줄 연줄로 시골 고등학교 2학년에 등록을 하였지만 현지 교육청에서 제동을 걸었다. 중학교 졸업장이 문제였다. 교장의 재량으로 학생을 공부 시킬 수 있는 곳이 사립학교라는 답변 한 마디로 그는 학업을 마치게 되었고, 영국 유학을 거쳐 호주대학교의 교수로 세계적인 사회학자가 되었다. 김대중 대통령 때 한국재활복지대학교 초대학장이 바로 그다. ‘60년대 초 시골 완행버스차장을 하던 여자아이 역시 이런 저런 사정으로 같은 학교의 학생으로 다니게 되었다. 그의 오빠는 서울공대를 나와 한국 유수기업의 총수를 지낸 저명인사이다. 버스차장의 고된 생활을 하면서 오빠의 학업을 도왔기 때문에 학교를 또래 아이들과 함께 다닐 수 없었다. 그녀 역시 교장선생님의 배려로 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 유학하여 그곳 사회학과 교수로 정년을 하였고 한국의 많은 학자들이 그녀에게 박사학위 지도를 받았다. 이 시골학교의 졸업생들 중에는 이런저런 사연을 가진 자들이 많다.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으나 세월이 지나 본인들 스스로 밝혀서 알게 된 사실들이다. 키가 유난히도 작은 학생이 울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얘기를 나눈 끝에 학업성적이 좋지않고 별 특기도 없는 자신의 앞날이 걱정되어 그런다는 것을 알게된 교장이 “아니야! 넌 항상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지 않았느냐, 세상을 살아가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들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자는 반드시 빛을 볼 것이야”라는 조언으로 졸업 후 해병대 정훈장교로 복무하며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일한 그는 그 분야의 최 고위직인 정훈감으로 예편하였다. 어느 초겨울 등교한 학생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60년대 초 수세식 화장실바닥을 나이 많은 할머니와 중년의 여인이 걸레로 닦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교장선생님의 어머니와 사모님 이였다. 지난 9월 어느 날 우연히 BLACK이란 영화를 집 사람과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는 내 내 1980년대에 상연되었던 ‘젊은 시인의 죽음’이란 영화와 헬렌 켈러의 수필집인 ‘삼일동안만 볼 수 있다’면을 떠 올리며 설리반 선생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들은 모두 교육과 관련된 것이며 한결같이 우리나라 교육에선 성취하지 못한 교육과 교육자의 자질에 관련된 것이라 깊은 감동을 받았다. 학습만이 학교교육의 목적이 아니라 건전한 시민의 인격체로 자라게 하는 것이 교육의 지향점 이라는 것과 교육자는 스스로 실천하는 자라는 것을 보여준 이를 소개하고 싶었다.
09.10.07.